짚뿦닭발

ARTEXT

1.Prolouge – 불이 남긴 기억



“짚뿔닭발은 단순한 메뉴가 아니라, 버티던 사람들을 위로하던 불을 다시 피운 브랜드다.”


짚불은 가장 약한 불이지만, 누군가의 하루를 데우기엔 충분했다.

토치 불 끝에서 피어난 그 짧은 불꽃이

하루의 고단함을 잠시나마 녹여주던 시절.

그 불이 남긴 온기와 냄새,

그게 짚뿔닭발의 시작이었다.

우리는 그 짧고 따뜻한 순간을 음식으로, 공간으로, 디자인으로 다시 옮겼다.

짚뿔닭발은 ‘버티던 사람들의 저녁’을 지금 우리의 밤으로 이어붙인다.

짧았지만 선명했던 공단의 불빛, 그 기억의 냄새를 다시 지핀다.

2.Persona – 불 앞의 사람

짚뿔닭발의 시작은 한 남자에게서 비롯됐다.

1988년 대구 성서공단,

쇳내와 땀냄새가 뒤섞인 공기 속,

하루 열네 시간을 용접 불빛 아래서 보내던

29세 용접공 양정모.

그의 하루는 쇳가루와 용접 불빛, 그리고 기름 냄새로 가득했다.

점심은 식은 도시락으로 때웠고,

저녁은 허기를 달랠 만한 것조차 변변치 않았다.

야근이 끝나면 그는 철공소 창고 뒤편으로 향했다.

폐자재 옆에 쌓인 볏짚 꾸러미에 불을 붙였다.

불은 금세 타올랐고, 그 위에 닭발과 곤드레를 얹었다.

그 불이 얼마나 오래 갈지는 몰랐지만,

그 순간만큼은 따뜻했다.

그는 땀에 젖은 얼굴로 말했다.

“야, 이거 봐라. 불 맛이 쫙 배니까,

기름도 싹 빠지고 매운 게 속까지 쏙쏙 들어온다 아이가.”

그 말은 단순한 맛의 평이 아니었다.

하루를 버텨낸 사람만이 내뱉을 수 있는 말이었다.

그의 표정엔 피로와 위안, 그리고 묘한 평온이 섞여 있었다.

묵묵히 일하고, 버티고, 퇴근 후에 불을 지피는 사람들


"고생했네, 고생했어"


그 불은 사람들을 모으고 마음을 데웠다.

그 불빛 아래서 나눈 짧은 웃음과 소주 한 잔이

누군가에겐 유일한 위로였다.

그때의 노동자들은 지금의 우리와도 닮아 있다.

누구보다 하루를 고생한 사람,

작지만 소소한 온기를 찾는 사람

모두 짚불처럼 작지만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다.

짚뿔닭발은 그 남자의 삶에서 태어나,

지금의 우리에게 이어진 이야기다.

작은 불, 묵직한 하루, 그리고 따뜻한 위로.

불 앞에서 남긴 그의 한마디가 지금의 브랜드를 만든다.

“오늘도 버텼다.”

3.Form – 짧지만 뜨겁게, 남는 온도

“짚불은 완벽하지 않다. 그래서 더 인간적이다.”

짚뿔닭발의 디자인은 완벽한 형태보다 짚불을 닮아 있다.

짚불은 오래 가지 않지만, 타오르는 순간의 색과 냄새, 흔적이 강하게 남는다.

그래서 모든 디자인은 ‘짧게 스치지만 오래 기억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로고의 먹먹한 질감, 거칠게 마감된 타이포,

마치 불길이 스쳐간 듯한 색 번짐과 인쇄의 거칠음은

‘완벽한 마감’ 대신 ‘살아 있는 흔적’을 남긴다.

패키지와 포스터, 간판의 모든 그래픽은

1988년 대구 공단의 현장성과 온도를 그대로 시각화했다.

짚불의 불꽃처럼 일시적이지만 강렬하고,

손으로 쥐면 느껴지는 따뜻함이 남도록 설계했다.

짚뿔닭발의 디자인은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느껴진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았다.

그저 쉽게 다가오고,

조금 따뜻하고,

먹고 나면 오래 남는 맛이면 됐다.

짚불닭발은 그런 마음에서 시작됐다.

짚뿔닭발의 그래픽과, 공간, 음식 모두

‘타오름과 잔열’을 시각적으로 번역했다.

먹1도 인쇄, 눌린 인장, 거친 그레인, 불완전한 간격 —

이 모든 형식적 결함은 의도된 불균형이다.

우리는 완벽하게 태우는 대신,

짚불이 스친 듯한 흔적만 남기기로 했다.

그게 바로 짚뿔닭발의 형태다.

4.Space – 불이 남긴 온도의 공간

“짚불은 사라지지만, 그 냄새는 공간에 남는다.”

짚뿔닭발의 공간은 ‘퇴근 이후의 위로’를 재현한다.

조명은 불빛처럼 낮고 따뜻하며, 벽의 질감은 거칠고 오래된 느낌으로 눌렀다.

짚뿔닭발의 공간은 완벽함보다 생활의 흔적을 담고 있다.

벽에는 불에 그을린 듯한 질감이, 철판 테이블에는 손때가 묻은 듯한 흔적이 남아 있다.

모두 실제 흔적이 아니라,그 시절의 공단 골목을 재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남긴 자취다.

공간의 중심은 화려한 조명도, 인테리어도 아니다.

불이 타오르는 자리다.

손님들은 그 불 앞에서 자연스럽게 모이고, 소주를 따르고, 닭발을 굽는다.

그 시간과 냄새, 그리고 온도가 이 브랜드의 경험이 된다.

짚불은 짧게 타지만, 그 짧은 시간 안에 사람들의 표정이 변한다.

웃음이 터지고, 피로가 녹고, 말이 다시 붙는다.

그래서 짚뿔닭발의 공간은 ‘식당’이 아니라,

하루를 녹이는 온기의 장소다.

5.Culture – 온도의 힘

짚뿔닭발은 음식 브랜드이기 전에, 사람 사이의 온기로 위로받는 공간이다.

짚불이 피워지면, 낯선 사람도 불 앞에서 말을 섞는다.

누구나 손에 닭발 하나쯤 들고, 맥주 캔을 돌리며 하루를 녹인다.

이 브랜드가 전하려는 건 ‘화려한 열기’가 아니라,

서로를 데우는 온도의 힘이다.

짚불은 금세 꺼지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사람들의 웃음과 목소리가 모이고, 마음이 열린다.

그건 단순한 식문화가 아니다.

하루를 버틴 사람들이 다시 살아나는 순간이다.

짚뿔닭발이 만드는 문화는 버팀과 따뜻함의 기억,

그리고 불 앞에서 잠시 ‘같이’ 숨 쉬는 시간이다.

6.Statement– 제작자의 논평

짚뿔닭발을 만들면서 계속 생각했다.

‘짚불’이라는 게 얼마나 약한 불인지,

그걸로 뭘 구워 먹는다는 게 얼마나 서민적인 일인지.

근데 그 약한 불이 결국 밥을 익히고, 사람을 모으더라.

이 브랜드는 거기서 출발했다.

잘나 보이려는 브랜드가 아니라, 그때 그 사람들 이야기를 그대로 옮기고 싶었다.

그래서 디자인도, 공간도 일부러 완벽하게 만들지 않았다.

불에 그을린 듯한 질감, 손으로 눌러 찍은 듯한 인쇄,

그 거친 느낌이 바로 짚불의 온도라고 생각했다.

짚뿔닭발은

사람의 이야기다.

매일 버티던 사람들,

그들의 하루 끝에 있던 짧고 따뜻한 불에 대한 이야기다.

7.Credits

1980년 홍콩

뻑킹그랜마는 영국식 고급 티하우스를 운영하며 우아한 마담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화려한 찻잔 뒤에는 또 다른 얼굴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