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대구 성서공단.
야근을 마친 사람들은 철공소 뒷골목으로 모였다.
쇳가루 묻은 손, 기름 냄새 밴 점퍼,
입안엔 하루의 짠맛이 남아 있었다.
창고 옆 볏짚 더미에 토치 불꽃이 닿자
짚은 화르르 타올랐다.
누군가는 닭발 한 봉지를 꺼내고,
누군가는 철공 냄비를 가져와 양념을 비볐다.
짚불 위로 기름이 떨어지고,
짧은 불꽃이 튀며 타닥타닥 소리가 번졌다.
종이컵에 담긴 소주가 오가고,
매운 연기가 골목을 채웠다.
누군가가 말했다.
“오늘도 버텼다.”
짚불은 금세 꺼졌지만,
그 향은 오래 남았다.
짚불?
그건 오래 남지 않아.
그래도 우린 늘 그걸 피웠지.